한 줄 서평을 하자면 현대인들이 흔하게 할 수 있는 고민을 풀어준 담백한 철학 비빔밥(?) 느낌.
‘철학’이라고 한다면 머리를 쥐어짜게 만드는 학문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많은 철학자들을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딱 적당한 깊이로 실생활에서 마주할 수 있는 철학적인 질문을 집어줘서 좋았다.
무엇보다 읽던 도중 이해할 수 없는 철학적 행동이 있다면 바로 예를 들어 설명해줘서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예를 들어 ‘실존주의’에서 어떤 사람이 무릎을 다쳐 의사가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했는데, 사실 이건 제약회사와 뒷거래를 해서 해당 진통제를 많이 팔도록 했던거지만 결국 선택을 한건 그 사람. -> 하지만 그 선택이 때로는 만들어 지기도 한다는 것을 간과한다는 것 이런식..
읽으면서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다시 한 번 깨닫기도 했다. 굉장히 유기적이고 치밀해서 내 작은 행동 하나가 악에 가담할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부조리에 가담하는 기업들을 전부 불매하겠다!’고하면 사실 먹을 수 있는게 없다. 그렇게 굶어 죽어서 나의 시체는 남을텐데 그 시체마저 처리하는 비용과 인력도 역시 자본주의 기업 안의 체계에서 돌아간다는 것
굿플레이스에서도 이를 다룬 에피소드가 나오기도 한다.
천국에 입장하려면 선행 포인트를 얻어야 하는데, 엄마를 위해 장미를 삼 -> 근데 이 장미는 농약을 쳐가면서 불법 이주 노동자들을 착취한 악덕 기업이 키워낸 장미였던 것
이 장미를 하나 샀을 때 깎이는 선행 포인트는 -2000, 그래서 몇 백년간 천국에 가지 못하는 웃픈 해프닝이 벌어진다.
결국 살고자 몸부림치는 거의 모든 행위가 신식민주의와 연루된 거대한 비극일뿐이란 것이다.
대체 난 어디까지 이 도덕적 피로감을 고려하여 살아야 할지 기준을 한 번 생각해보게되었다.
책을 읽기 전, 후의 나의 중용의 기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할 수 있을만큼 하되 잊지는 않되 선을 넘지 말자’는 것이다.
번호로 순서를 따져보자면..
- 행복하기
-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기
- 내가 할 수 있는 한 남을 돕기
여기서 순서는 역전될 수 없고, 행복이 우선되어야 한다. 왜냐면 행복하지 못한 도덕은 아무 쓸모도 없기 때문. 원칙을 역순으로 한다면 그건 희생이 되버림.
사실 이런걸 학교에서 청소년기때부터 가르쳐서 고민하게끔 만들어야 하는데, 성인이 다되서 배우고 생각하려니 머리가 잘 안돌아가는거 같기도 하다.
진지한 철학 책을 기대한다면 잔뜩 실망할 것 같은데, 나에게는 철학3, 웃기기7에 비중이 맞춰져서 적당히 가벼워서 좋았다.
월드컵을 보기위해 희생하여 감전당하는 스티브가 계속 생각나고, 있어보이려 하는 사람들이 쓰는말을 언급하면서 ‘카프카적인’ -> ‘섬뜩한’ 이런식으로 웃기려고 책을 쓴 느낌
이 책보다 한 단계정도 깊은 철학책이 있다면 읽어볼 의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