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Jun 13, 2025

예전에 저자의 전작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를 읽었던 기억이 있다.

전작에서는 민주주의 유지를 위해 정당이 선동가를 걸러내는 필터 역할을 해야 하며, 엘리트 정치인들 사이의 관용이라는 불문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역할이 지켜지지 않아 트럼프를 선두로 미국뿐만 아니라 지구 상의 여러 나라들이 비슷한 문제를 겪게 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전작이 전 세계적인 민주주의 현상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책은 좀 더 미국 정치에 가까운 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미국 정당의 변천사가 잘 정리되어있어 역사적 흐름을 따라가기 좋았다. 민주당은 노예 제도를 찬성했던 쪽, 링컨의 공화당이 반대하는 쪽이었기 때문에 과거 흑인들이 공화당을 지지하고 남부의 백인들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형세가 만들어지는 흐름을 보여준다.

근데 세월이 지나 민주당은 다인종(다민족)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흔히 말하는 ‘멜팅 소사이어티’라고 여러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미국에서 하나로 융합되어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게 되었는데, 공화당은 시대의 흐름을 따르지 않고 이를 저버리고 오히려 백인 의존 정당(흔히 말하는 WASP)으로 전락해버렸다는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결국 공화당이 극단적인 세력에 의존하는 이유는 극단주의 세력에게만 의존해도 상원에서의 다수 의석과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제도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가난한 백인을 신경쓰지 못한 공화당은 그걸 파고들어 트럼프라는 괴물이 탄생했다는 것.

대표적인 예로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부통령인 밴스가 생각나는데, 원래 밴스는 사석에서 트럼프를 히틀러라고 칭했던적도 있었는데, 정치가 뭔지 참 사람을 그렇게 바꾸는지 나로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점이 많았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건지..

읽으면서 한국의 상황과 비교하며 읽을 수 밖에 없었는데, 양상은 살짝 다르지만 소수의 폭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비교하면서 보니 좀 더 흥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책에서 제시한 저자들의 민주주의 해법이 그다지 시원하지는 않았지만, 역사적 사실을 파헤치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꽤나 재밌게 읽은 책이다.

특히나 요즘 시국에는 더더욱 읽어봐야할 정치 서적이자 현대 역사 책이 아닐까 싶다.

헌법을 ‘저절로 돌아가는 기계’라고 생각했던 미국인의 확신에 우려를 표했을 무렵, 수정헌법 제 14조와 제15조는 힘을 잃었다. (중략) 수 세대에 걸쳐 미국의 정치를 병들게 만들고 미국의 국가 정체성에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민주주의 수호는 이타적인 영웅의 과제가 아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일어선다는 말은 우리 자신을 위해 일어선다는 뜻이다.

이걸 보면서 너무 공감을 많이 했는데, 민주주의가 지속될 것이라는 환상에 대한 자성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다. 결국 건강한 민주주의가 유지되려면 시민들이 배우고 더더욱 똑똑해지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