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May 10, 2025

책에서 싯다르타의 여정이 사문의 길에서 성인이 되었을 거라 예상했었지만.. 세속적인 삶으로 빠져든 스토리 플롯이 길게 진행되었다.

그래서 성인이 되기 전의 인간적 모습을 마음껏 느끼고 공감할 수 있었으며, (싯다르타에게) 세속적인 경험은 깨달음을 얻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었음을 느꼈다.

삶에서 선과 악, 긍정과 부정, 기쁨과 고통 양 감정은 서로 존재하는데, 양면성을 모두 경험한 싯다르타는 말기에 우주와 한 몸이 될 수 있었고 결국 자기 실현을 달성할 수 있었다.

불교라는 종교의 사상을 넘어서 ‘완전한 깨달음’과 관련된 내용을 다뤘지만, 사전 지식없이(불교의 사상을 이해한다면 부드럽게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읽더라도 피날레로 갈 수록 싯다르타가 깨달음에 다다르는 모습을 묘사한 문장에서 압도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책에서 매력적인 부분을 꼽자면 싯다르타가 인간으로써 느낄 수 있는 희로애락을 모두 느낀 다음 강물을 통해 다시금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고, 완벽하지 않은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 운명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몸을 맡길 때 비로소 번뇌가 사라진다는걸 몸소 체험한 부분에서 다른 책에서 평소에 느끼던 클라이막스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여태 내 자신이 어떤 철학 속에 있는 사상들을 단순히 이성으로 이해하고 그게 옳다고 생각하진 않았는지 반성하기도 했다.

소설이 매력적인 또 다른 이유는 곳곳에 존재하는 비유다:

예를들어.. 싯다르타와 등장인물 ‘고타마’는 사실 실제 부처의 이명이기도 하고 삶의 궤적도 비슷하다는 것.

싯다르타가 고행의 길로 떠날 때 자기는 물 위를 걸을 생각은 없다고 말했던 것 등등.. 이런 비유적인 표현들이 작품을 한층 더 다채롭게 만들어주었다.

가장 심금을 울렸던(?) 문장은 “깨달음 앞에서 배움보다 더 사악한 적은 없다” 라는 말이다.

내 20대는 뭔가 배우고자 하는 열정에 가득했었다. 가르침을 받지 않으면 괜시리 불안해지고, 내가 맞게 가고 있는건지 늘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어쩌면 나의 ‘배우고자 하는 욕구의 원인은 불안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지식과 기술을 정말로 원했다기 보단 마음의 평화를 원했던게 아니었을지.. 돌아보니 싯다르타의 벗 고빈다를 보는거 같았다.

온갖 자극적인 사회적 욕망들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에서 누군가에게는 이 책이 하나의 탈출구가 될 수 있을 수도.

책을 다시 읽으면 또 새롭게 다가올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추후에 여유가 된다면 2회독을..!